나의 책방
숲이어도 좋겠다
쭉 뻗은 나무들이 먼 산과 마주하고
저만치 강물이 기웃거리는
산오름길 그 끝에
나무를 깎아 만든 책을 펼쳐놓고
샛별같은 활자를 눈부시게 박아놓으면
오소리, 너구리, 멧돼지도
무얼까 궁금하여 한번쯤 쳐다볼꺼야
밤이 되고 어둠이 찾아오면
하늘 떠다니는 새들 곤충도
별자리 삼아 찾아들겠지
맨발로 책방을 나와 흙길을 걸어
오솔길이 마을을 잇고
멀리있는 정다운 사람들에게도 소식 전해진다면
초록숲 위에 떠 있을 구름과
길섶에 노랗게 난 꽃들
햇살에 부서져 금처럼 반짝일 강물에
한 번 더 눈맞춤을 할거야
네가 찾아온 그 날
그렇게 우리는 마주앉아
고요하지만 무한하게 자라는 나무의 비밀을
밤새 이야기 하겠지